‘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총체적 파행 속에 끝난 가운데,
전 정권과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미는 정부, 여당의 태도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잼버리 운영 계획을 일부 실행한 전라북도는 물론, 실질적인 종합계획의 수립·승인·결정 권한을 지녔던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 책임이 적지 않다는 게 중론임에도 정부 ‘선방론’에만 치중하고 있다.
1. 잼버리 책임론
여당과 정부는 13일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전북도와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부각했다.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애초에 배수 문제가 지적됐지만 매립도 되지 않은 새만금에 (잼버리를) 유치하자고 주장한 것은 전북도와 민주당 정치인들”이라며 “망칠 뻔한 잼버리를 윤석열 정부가 총력을 모아 겨우 수습해 놓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논평에서
“대회 유치가 실제로 확정된 2017년 8월 이후 5년간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는 대회 부지 매립과 배수 등의 기반시설과 편의시설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잼버리 파행’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말했다.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를 피감기관으로 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새만금을 개최지로 선정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게 모든 잼버리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년여 동안 잼버리 대회 준비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글쎄 말이다. 현장에 가보지 않는 한 여기(국회) 앉아서는 파악할 수 없다”고 얼버무렸다.
2. 공치사에 열중
정부와 대통령실 역시 파행 운영에 대한 사과 없이 수습 ‘공치사’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1)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개러스 위어 주한 영국 대사 대리가 자신에게 “이번 대회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정부의 선의와 문제 해결 능력에 놀랐다”며 감사를 표했다는 글을 올렸다.
또 자신이 새만금 숙영지 화장실을 점검하고 박수를 받았다는 것을 소개하며 “제 개인이 아니라 한국인과 한국 정부에 보내는 박수, 우리 마음을 알아주는 박수였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2) 대통령실은
잼버리와 관련한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잼버리 대회 파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 전라북도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에 대한 감사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집권한 지 1년3개월이 넘은 이런 정부·여당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3) 여가부 장관
잼버리의 계획·준비·운영 등 책임 주체를 규정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잼버리 지원법) 등을 보면 최종 의사결정권은 여가부 장관 등 공동조직위원장 쪽에 있다. 여가부 장관은 잼버리 종합·운영 계획의 수립과 시행 주체인 조직위원회 구성을 인가할 권한을 지닌다. 특히, 5명의 공동조직위원장 가운데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와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3명(김현숙 여가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현 정부 국무위원들이다. 특히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잼버리 준비 상황에 관한 우려를 제기한 이원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지난 집권 기간 동안 본인들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점검하지 않고 이전 정부의 탓만 한다면, 현 정부가 대체 왜 집권을 했는지 국민들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전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잼버리 사태 관련 전 정권의 잘못에 관해 책임질 것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한 총리 사퇴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잼버리 유치 과정에서) 민주당이나 과거 정부가 잘못하고 놓친 부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사과할 건 사과하고 책임질 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김윤덕 의원도 “국민 여러분, 전북도 도민 여러분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3. 잼버리 결과물은 청문회
잼버리 이동관 청문회 여야 8월국회 뜨거운 공방 2주간의 휴식을 마치고 재개하는 8월 임시국회가 잼버리 책임 공방 등으로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특히 여야가 대립해 온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들 처리 가능성이 있는 데다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부실 준비 책임 공방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놓고 상당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임시회 첫날인 16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예정돼 있다.
25일에는 여성가족위원회에서 현안질의가 진행된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에, 민주당은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현 정부 대응에 각각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행안위 현안 질의를 포함해 향후 행정감사, 직무감사 또는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전북도의 예산 운용과 전임 정부부터 진행된 준비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철저히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잼버리 파행을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부른 참사로 규정, 전방위적 진상규명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국정조사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18일 열리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가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을 강행한 인사라는 점에서 임시회 최대 ‘화약고’가 될 걸로 보인다.
4. 잼버리 이후 책임은 누구?
이르면 이번주 감사 착수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정치권의 공방도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여야 16일부터 상임위별 공방전 감사원, 조직위·전북 등 대상 진행 여당은 문재인 정권의 책임 소재를,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문 정권의 준비 부실과 전라북도의 운영으로 보고 있다.
이날 여가위 소속 국민의힘 간사 정경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망할 수밖에 없는 부지 선정'이 '진흙탕 잼버리'의 시발점"이라며 "잼버리를 핑계로 지역 사회 간접자본 사업 예산을 더 빨리 더 많이 끌어가는데 만 힘을 쏟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사과, 한덕수 국무총리 사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어차피 없앨 여가부에게만 책임을 묻지 말고 새만금 잼버리 정부지원위원장인 한 총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르면 이번주 중 감사관 인원 조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 등 관계기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 지원 부처에 대한 감사에 들어간다.
잼버리 개최지로 새만금이 선정된 2017년 8월부터 6년 간의 예산과 관리 감독 부실 등 대대적으로 감사할 예정인 만큼 감사 대상은 최소 수백 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표 참조
5. 진상 규명과 진솔한 사과 촉구
국민과 150여개국 청소년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으려면
프로젝트 끝 장은 제대로 쓰여야 정확한 진상 규명과 진솔한 사과 관료의 책임지는 태도를 촉구한다.
이 프로젝트의 공과를 따지는 일이다.
지금까지 국내외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준비되지 않은’ ‘예고된 실패’ 정도가 결론이 될 것 같다.
극심한 지역 불균형과 무모한 개발주의, 책임감도 전문성도 없는 관료들, 국민보다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고 관(官)이 요구하면 민(民)은 따라야 한다는 권위주의는 당연히 포함될 소재들이다.
2023년 한국의 새만금 잼버리는 실패한 프로젝트임이 분명하지만, 아직 미완성이다.
벌써부터 몇몇 정치인들이 들고 나오는 ‘여가부 폐지’ 주장은 그래서 더 걱정스럽다. 공론장을 진흙탕으로 만들려는 것인가.
너나없이 잼버리의 성공을 기원한 국민들과, 용돈을 모아 멀리 동아시아의 끝자락까지 찾아온 150여개국 청소년들에게 더는 부끄럽지 않으려면,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장은 제대로 쓰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