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이초 교사 49재' 앞두고 국회 앞 운집 "공교육 정상화" 촉구
국회 앞서 진상규명 및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 개정 등 촉구
주최측 추산 전현직 교사 등 20만명 모여 "아직 괴롭고 아파"
1. 공교육 멈춤의 날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의 49재를 이틀 앞두고
국회 차원의 법 개정을 촉구하는 전국 교사들의 집회가 7주째 이어졌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전·현직 교사와 예비교사 약 20만명이 모였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 직후 토요일인 지난달 22일 첫 집회 참여 인원은 주최 측 추산 5천 명이었지만,
이날 집회엔 전국에서 교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앞서 교사들이 서이초 교사 49재에 맞춰 추진하고 있는
'공교육 멈춤의 날'에 대한 교육부의 엄중 대응 방침에 교사들의 분노가 모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경기 고양시와 전북 군산시에서 초등교사가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추모 열기가 커졌다.
이날 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은 '악성민원인 강경 대응',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우리들은 끝까지 한다", "우리들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이들은 "올여름 교사 생존권을 이야기하며 모여 살려 달라고 서로 살리자고 외쳤지만, 또 2명의 동료를 잃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현재까지 서이초 교사를 포함해 서울에서 2명, 전북에서 1명의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했다.
이어 "6년 동안 도저히 살 수 없어 생을 저버린 선생님이 100명이 넘는다"며 "여름 내내 꿈쩍 않던 국회, 교사들은 파면 해임하겠다는 교육부, 교장 교감과 교사들을 갈라놓는 교육청 우리가 50만 총궐기를 할 때까지 도대체 이분들은 무엇을 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이초뿐만 아니라 의정부 호원초와 다른 수많은 선생님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진상을 규명하고 악질적 민원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단상에 오른 한 교원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마을은 어떻냐"고 묻자,
집회에 참석한 동료 교사들은 "무너졌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날 집회 참여 교사들은 교육부를 향해 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법 등
교육 관련 법안 개정 등 교권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의 법안 개정을 요구했다.
이 조항은 정서적 학대 행위가 광범위하게 적용돼 교사에게 정당한 교육활동이 무분별하게 아동학대로 신고 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더불어 각종 민원과 문제행동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사의 연대와 외침에 교육청과 교육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동참하라고 강조했다.
집회 시작 전 지난주 2배 구역 모두 들어차
2. "가르칠 용기를 잃었습니다"
“자신의 안전과 신념이 위협받아도 일단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는 점점 가르칠 용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에게 공감해 주라고, 약한 자를 지켜주라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라고, 실천하라고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
며칠 새 시원해졌던 날씨도 잠시,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며 아스팔트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지난 여섯 차례 집회보다 훨씬 많은 교사들이 운집해 교권 회복을 부르짖었다.
이날 집회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참석한 교사들부터 예비 교사, 서이초 사망 교사 또래의 젊은 교사와 이를 응원하기 위해 동행한 중장년의 부모, 일반 시민들이 자리했다.
임산부와 유모차를 끌고 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미 집회 작 1시간 전부터 여의도 인근 식당과 길거리, 지하철 역사는 추모의 의미로 검은 의상을 입은 참가자들로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지난주 6차 집회에서는 총 8구역이 마련됐지만 이번 집회는 총 12구역이 준비됐다.
집회 시작 10분 전부터 집회 운영진은 “모든 자리가 마감됐으니 경찰의 안내에 따라 추가로 확보된 구역으로 이동해달라”는 안내 방송을 했다.
3. 선생님 또 자살
경기 고양시 내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추락해 숨져 경찰이 수사 중이다.
1일 경찰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께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A(38)씨가 추락해 숨졌다.
A씨는 발견 직후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의뢰하는 등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날 학교를 방문하고 세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교육청에 따르면 올해로 14년 차 교사인 A씨는 서울 양천구의 S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을 맡았으며, 전날까지 질병 휴직 중이었다.
A씨는 육아 휴직 후 지난해 2학기에 교과전담교사로 복직했으며, 6학년 담임을 맡은 지난 3월부터는 연가와 병가 등을 길게는 1달 이상 써 왔다.
A씨가 부재중일 때는 강사들이 임시로 학급을 맡아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7월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질병 휴직 중이었으며 이날부터는 1년짜리 자율연수 휴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사망 당일 A씨의 시부모가 학교 교감에게 유선으로 추락 사실을 알렸고,
다음날인 1일 교육지원청에서 세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은 이날 서울 은평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A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교육청은 세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유족과 해당 학급 학생, 동료 교원에 대해 심리, 정서적 지원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평소 학부모 민원 등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교사 커뮤니티 등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교육청은 "정황을 파악 중인데 아직 드러난 것은 없지만 예단하지 않고 확인하고 있다.
현재 교장, 교감, 학년부장 등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세밀하게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얼마 전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또다시 교사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을 애도하면서 관계 당국에 철저한 조사와 진상 규명을 요청했다.
앞서 이날 전북 군산의 초등학교 교사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두 분 선생님께서 왜 스스로 고귀한 목숨을 버리셨는지 수사당국뿐만 아니라 관할 교육청도 철저한 조사 및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관할 경찰서의 책임 있는 조사를 요구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유족들이 고인이 평소 아이 양육과 학교 일을 병행하는 것을 힘들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노조가 제보자에게 확인한 바로는 고인은 양육 관련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교사노조는 "고인은 작년까지만 해도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이 잘 따랐는데 올해 담임을 맡으면서 학급 생활지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며 "학교 측에서 이날 부장 회의를 통해 사건을 은폐하고 개인사로 축소하려는 정황도 확인됐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