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막힘은 두통만큼이나 흔한 증상이다.
그래서일까. 코 막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숨 쉬는 게 불편하고 냄새가 맡아지지 않을 정도로 코가 심하게 막혀도
‘잘 먹고 잘 쉬면 된다’, ‘약 먹으면 금방 괜찮아진다’고 믿곤 한다.
일시적인 코 막힘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으나, 오랜 기간 지속·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대한 빨리 원인을 파악해 교정해줄 필요가 있다.
1. 만성적인 코 막힘은 어떤 문제를 유발하나?
코는 호흡할 때 산소가 들어오도록 통로 역할을 한다.
코가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쉬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코로 숨을 쉬는 것과 입으로 쉬는 건 큰 차이다.
갑자기 공기가 입을 거쳐 폐로 들어가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밖에도 코의 역할은 다양하다.
코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외부 환경과 관계없이 몸에 들어오는 공기가 일정한 온도·습도를 유지하며,
냄새도 맡을 수 있다.
코 점막의 미세한 섬모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이물질 등을 걸러내는 방어막이기도 하다.
코가 막히면 이 같은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2. 코가 자주, 오래 막히는 이유는?
코의 구조부터 설명하자면, 코에는 콧구멍이 2개 있고 양쪽 코를 나누는 칸막이인 비중격이 있다.
또 각 콧구멍 안에는 코 살이 있다.
코가 막히는 건 여러 이유로 콧구멍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비중격이 휘거나 코 살이 부어오르는 등 구조적 문제일 수 있고, 염증에 의해 콧물이 차거나 물혹이 생긴 경우,
노화나 질환 때문에 코 살을 많이 잘라낸 경우에도 코 막힘을 느낄 수 있다.
약물이나 질환에 의해 코 살이 부어오른 것 또한 코가 막히는 원인이 된다.
3. 축농증의 원인은?
1990년대 말 전까진 대부분 세균 감염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콧구멍 옆에 공기가 차 있는 부비동과 콧구멍 사이에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콧물이 빠져나오지 못해 축농증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10년대 들어서는 미세먼지, 급격한 온도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요인이
부비동 점막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축농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4. 비염과 축농증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축농증의 정확한 표현은 부비동염이다.
부비동은 콧구멍 옆 광대뼈나 이마 쪽에 공기가 찬 곳으로, 부비동에 염증이 생긴 게 부비동염, 즉 축농증이다.
비염은 콧구멍 속 점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두 질환의 차이는 콧물 색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맑은 콧물이 나오는 반면, 축농증일 경우 세균으로 인해 누런 콧물이 많이 나온다.
축농증은 비염과 달리 가려움, 재채기와 같은 증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코 막힘 증상만으론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5. 축농증 의심 증상이 있다면?
축농증은 급성, 만성으로 나눌 수 있다.
보통 4주 이내 완치되면 급성, 3개월이 지나도 증상이 있으면 만성으로 본다.
급성일 때는 발열, 무력감, 통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며,
만성일 경우 코 안에 콧물이 차고 점막이 부으면서 얼굴에 뭔가 차 있는 듯한 충만감이 느껴진다.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고 머리가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코가 막히고 누런 콧물이 나오거나 통증이 생기는 건 급성·만성 모두 마찬가지다.
통증은 양쪽 눈썹, 이마, 광대뼈에 주로 발생한다.
머리 안쪽 깊은 곳에 위치한 접형동에 염증이 생겼을 때는 콧물, 코 막힘보다 두통이 더 오래 지속되기도 한다.
6. 축농증은 반드시 수술 받아야 하나?
과거에 축농증은 약물 치료가 원칙이었다.
세균 감염이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항생제를 사용했고, 완치되면 수술하지 않았다.
부비동과 콧구멍 사이에 공기가 통하지 않는 게 원인이라는 걸 확인한 후에는 환기와 배농을 돕는 약제를 사용했다.
현재도 1차 치료는 약물치료다.
외부 요인에 의한 부비동 점막의 염증 반응을 줄이기 위한 약을 쓴다.
다만 약물 치료만으로 호전되지 않거나 구조적 문제가 동반된 경우엔 수술이 필요하다.
7. 축농증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현재는 대부분 내시경 수술을 실시하고 있다.
내시경을 사용해 물혹을 제거하거나 콧구멍과 부비동 사이 통로를 넓혀준다.
부비동 점막이 부어 있거나 물혹이 차 있는 경우에도 내시경 수술을 통해 치료 가능하다.
내시경 수술을 시작하면서 보다 정교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8. 수술 후 코 막힘이 재발할 가능성은?
축농증 수술은 맹장염 수술처럼 장기를 제거하는 수술이 아니다.
감기만 걸려도 다시 부비동 점막에 염증이 생겨 누런 콧물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수술을 통해 콧구멍과 부비동 사이를 연결해 놓으면,
붓더라도 배농이 잘 되고 약을 사용했을 때 약이 코 안까지 잘 들어가기 때문에 관리가 훨씬 쉬워진다.
곰팡이나 치아 문제로 축농증이 생긴 경우 수술만으로 대부분 완치되기도 한다.
환자마다 발생 양상이나 치료 후 재발 양상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최근에는 환자의 특성에 따라 맞춤 치료·관리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 축농증 환자는 알레르기 치료를 동시에 받아야 하고,
호산구 수치가 높아 염증 매개 물질이 많이 분비되는 환자에겐 해당 물질이 덜 나오도록 하는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한다.
9. 비중격 만곡증도 코 막힘의 원인이 되나?
비중격 만곡증은 말 그대로 왼쪽 오른쪽 콧구멍을 나누는 비중격이 휘어 있는 것을 뜻한다.
비중격이 휘면 한쪽 콧구멍이 넓어지고 반대쪽 콧구멍은 좁아져 숨 쉬는 게 불편하고 답답해진다.
사람이 편하게 숨 쉬고 콧속에서 온도·습도가 잘 조절되려면
양쪽 콧구멍에 있는 코 살이 정상적으로 번갈아가며 붓고 가라앉아야 하는데,
비중격만곡증으로 인해 한쪽 콧구멍만 살이 부어오르고 혈관이 늘어나면 코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10. 비중격이 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전적으로 휠 수 있고, 출생 과정에서 코가 눌려서 휘는 경우도 있다.
후천적으로 코를 다쳤을 때도 비중격 연골이 손상돼 비중격만곡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혹 수술하지 않으면 더 휘냐고 묻기도 하는데, 성장이 끝난 후에는 다치지 않는 이상 비중격이 더 휘지 않는다.
11. 비중격만곡증도 약물 치료가 가능한가?
비중격만곡증 환자 중에도 비염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
만곡 정도가 심하지 않고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환자는 비염 치료만 해도 숨 쉬는 게 한결 편해진다.
이 경우 수술하지 않기도 한다.
비염이 아니어도 스프레이 치료제를 사용해 코 살이 가라앉고
코로 숨을 잘 쉴 수 있게 되면 수술하지 않고 경과를 지켜본다.
다만 이 같은 치료에 반응이 없고 불편함이 지속되면 수술을 권한다.
수술하고 나면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외부요인과 상관없이 코 막힘이 개선된다.
12. 비중격만곡증 수술 방법은?
절개를 통해 휜 부분을 일부 절제하고 펴준다.
이후 튀어나온 부분을 깎아내며, 비중격을 중앙에 위치시킨 뒤 고정한다.
축농증 수술에 비해 수술 시간은 짧지만, 수술 후 지혈을 위해 코 안에 충전제를 이틀 정도 채워놓아야 한다.
13. 수술 후 코 모양이 변하거나 흉터가 생길 수도 있나?
콧등이 지붕이면 비중격은 코를 받치는 기둥이다.
수술을 통해 휜 기둥을 다듬어 펴는 과정에서 기둥의 힘이 약해지면 모양이 변할 수 있다.
이처럼 코 모양 변화가 예상되면 수술할 때 미리 기둥을 보강하는 과정을 거친다.
흉터는 생기지 않는다. 코 안을 수술하기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13. 코 막힘을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는?
코가 막히면 단순히 답답한 것을 떠나 만사가 귀찮아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호흡기 질환 위험 또한 높아지며, 밤에 잠을 못 자다보니 삶의 질 역시 떨어진다.
성장기 자녀의 경우 학습능력과 성장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입으로 숨을 쉬어도 몸에 산소는 공급할 수 있지만, 온도·습도를 조절하거나 냄새를 맡는 등 코의 여러 기능을 잃게 된다. 코 막힘이 지속되면 여러 문제를 의심해보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숨 쉬는 게 편해지면 그만큼 스트레스도 줄어든다.